- 익원공파(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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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2.png 12. 익원공 김사형 후예 유고시문(遺稿詩文)

再過楊季平村舍  (양계 평촌사를 두 번째 지내면서)   익원공 김사형

 

碧溪西畔亂山東        서쪽에는 푸른 시냇물이 흐르고 동쪽에는 여러 산들이 어지럽게 서있네

楊子高亭活畵中        양자의 높은 정자 그림속에 살아 있으니

淸福豈容人久假        이 맑은 복을 어찌 남에게만 오래 주고 있으랴

勝遊眞似夢還空        멋진 놀이는 참으로 허무하게 돌아온 꿈만 같도다

樂生莫作千年調        인생이 천년을 고루 살기를 즐기지 마라

養拙甘爲一野翁        수양하여 한날 야옹이 됨이 좋으련만

不久收身同結社        멀지 않아 몸을 거두고 함께 모일 것이니

半分溪月與山風        시냇가에 저 달과 산바람을 반만 나누어 주오

 

川方寺    (천방사) 익원공 김사형

 

數間蘭若白雲中        두어칸 절이 백운 가운데 있으니

絶境疑通桂子宮        그 절경이야 말로 계자궁(신선의 궁전)에 통했는듯

夜靜波濤侵小夢        고요한 밤 파도소리 얕은 꿈을 꾸게 하고

月明笙學下瑤空        달밝은 밤 피리소리에 학이 하늘에서 내려오도다

(一聯未詳闕之)        (한짝은 알수 없어 궐함)

往事回頭堪笑殺        머리 돌려 지낸 일의 우수움을 참으며

遯肥從此作閒翁        영화를 다 버리고 이제부터 한옹이 되리라

 

善竹橋(선죽교) 익원공 김사형

 

曾聞周國伯夷淸        일찍 주나라 백이숙제의 결백함을 들었는데

餓死首陽不死兵        그들은 수양산에서 주려 죽은 것이지 병정손에 죽은 것이 아니다

善竹橋邊當日事        선죽교 다릿가에 그날 당한 일은

無人扶去鄭先生        정선생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던가

 

文靖公 金石質(문정공 김질)

 

心中懷抱眼看情        마음속에 그 회포는 눈을 통해서 일어나고

悲喜都由念裏生        기쁨, 슬픔은 그 모두가 생각으로 생긴다오

孤殿幾多窮憤恨        고전에선 얼마나 분노하고 한탄했을까!

公寃雖解漫愁成        공의 원한 풀렸으나 부질없는 수심이 또 생기네

 

『註釋』

心中懷抱眼看情者心之所懷皆由眼中所見事情而動發之意也悲喜都由念裏生者心中悲喜亦由常時之所見聞而生也言其情則盖傷時之恨也孤殿言上王之殿也公寃雖解漫愁成者車公寃憤今雖盡洩一幼盓漫漫愁緖之煩重則前千古後萬古而不滅之詩意也

 

『주석』

「마음속 그 회포는 눈을 통해 일어난다」는 것은 마음의 평소에 품은 생각이 모두 눈으로 보는 사정으로 말미암아 발동한다는 뜻이다.

「기쁨 슬픔 그 모두가 생각으로 생긴다」는 것은 마음속의 슬픔과 기쁨도 평상시 보고 들은바로 말미암마 생긴다는 것이다. 그 심정을 말한다면 그때를 상심한 한이다.

고전(孤殿)은 상왕(上王:단종)의 궁전이다.

「공의 원한은 풀렸으나 부질없는 수심이 또 생긴다」는 것은 차공(차원부:車原採)의 원한은 풀렸으나 하나의 어린 상왕의 부질없는 수심의 번거로움은 지난 천고나 뒤의 만고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의 뜻이다.

※ 차원부 설원기(雪寃記)에서 차원부 : 본은 연안, 호는 운암, 고려 조선 대학자, 정몽주, 이색과 함께 명성을 떨친 두문동 72현. 정도전, 하륜의 자객에 의하여 그의 가족과 추종자 80여명이 살해 당하고 시중에 추증. 순천 운암사(雲岩祠)에 배향되고 시호는 문절공. 문헌은 증보문헌비고, 운암실기가 있다.

 

鎭安 馬耳山(진안 마이산) 전라감사 김수동

 

馬耳梔尖揷太空        말귀는 둘로 솟아 허공에 꽂혔는데

雲開突兀露秋客        구름 사이에 가을모양 별안간에 나타나고

似聞絶頂神湫在        듣건데 정상에는 신령한 웅덩이 있다는데

鼓角何能試老龍        풍악으로 어찌 성난 용을 시험하리

 

梁山 澄心軒(양산 징심헌) 경상감사 김수동

 

風生珍焽翠紋流        진기한 소쿠리에 바람이 일어 푸른 문채로 흘러가는데

竹影波光滿箔秋        대나무 그림자에 햇빛 파도치니 금박이 가득찬 가을이로세

莫遣渚禽啼夜月        달빛이 우는 물새는 보내지 말라

樓中宿客動羈愁        누각에 자는 나그네 수심을 일으킨다.

 

竹院(죽원) 孝子 永慕堂 金質(효자 영모당 김질)

 

一生天所命何物敢吾侵        한평생 하느님이 명한바에 무엇이 나를 침노하랴

風月深己知江山亦許心        풍월이 이미 깊이 알고 있고 강산도 마음으로 허락했네

閑閑聊自適役役更焉尋        한가지 애오라지 자적커던 힘겹게 다시 무얼 찾을손가

半畝園林下優遊日獨吟        반묘에 동산이 있어 수풀아래 노닐며 날로 혼자 시를 읊네

竹院喧塵隔紫門車馬稀        죽원에 세상 티끌 멀리하니 사립문을 찾는 차마 드물구나

詩書爲我伴身世與時違        시서가 나를 위해 친구가 되니 세상사 이 한몸과 멀어졌네

歲月閒中去悲歡夢裏歸        세월은 한가하게 지나가고 시비는 꿈속으로 사라졌네

萱堂供白髮惟欲舜班衣        어머님 흰머리 이셨으니 아롱옷 바쳐입고 춤을 출까

 

珍島 龍藏洞(진도 용장동) 감사 김덕룡(金德龍)

 

遊魂海島敢猖狂        괴뢰가 해도에서 미쳐 날뛰네

建闕營城太陸粱        성을 쌓고 대궐지어 너무 방자하기에

我祖當年曾問罪        우리 선조 당년에 일찍이 그 죄를 묻던 곳

至今人指古龍藏        지금 사람이 옛 용장동을 가리키더라

 

駱谷 靜齋詩(낙곡 정재시) 감사 김덕룡(金德龍)

 

高齋蕭灑碧山房        높은 집 소쇄한 푸른 산방에

祗有圖書萬軸藏        다만 도서의 만권이 장서되어 있도다

東澗繞門西澗合        동쪽의 간수는 문을 돌아서 서쪽 간수와 합하고

南山接翠北山長        남쪽산의 푸른빛은 북쪽산에 연하여 길도다

白雲夜宿留畯滋        백운은 밤에 첨단에서 머물러 첩첩하고

淸月時來滿屋凉        청월은 때로 오니 집에서는 서늘한 기운이 가득하도다

己成看月看山計        이미 달을 보며 산을 보기로 계책을 정하였으니

此外何領更較量        이밖에 어찌 무엇을 다시 헤아려 볼까?

 

義巖(의암) 참판공 김기정(金基正)

 

悲歌循岸倚霜金芒     슬픈노래 서릿발 쌓인 언덕을 감도나니

昔歲龍蛇風雨狂        옛날 임진년에 왜구 풍우같이 날뛰었네

孤女己盟沈碧水        외로운 여인 푸른 물에 빠지기로 맹세하였는데

蠻酋浪喜狎紅粧        오랑캐 괴수 맹랑하게 즐기며 고운여인 소홀히 보았네

苔毥古石名宜壽        옛비석엔 이끼 끼어도 이름은 오래오래 전할 것이니

花泛寒潮骨亦香        한송이 꽃은 차가운 강물에 뜨고 백골은 또한 향기로워라

若使佳人作男子        만약 아름다운 여인이 남자가 되었더라면

晋陽不死死紙陽        진주땅에 죽지 않고 수양에서 죽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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