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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시 : 2003. 8. 16-8. 17 (2)장소 : 경기도 의정부시 사패산 석굴암, 서울시내 일원 (3)참석자 : ①참석자:6명(상석, 상하, 윤만, 발용, 항용, 윤식) ②합류자:2명(주회, 태서)
1. 땀방울 하나가 안경알에 떨어졌습니다. 물에 빤 붓 끝에서 떨어진 옅은 먹물 기운이 한지에 스며들 듯 안경 너머 깊은 산속 풍경을 가립니다. 하늘이 노랗다가 이제는 하얗습니다. 자꾸 발이 무거워집니다. 계곡 길을 따라 석굴암으로 오르던 길 옆 시원한 물소리가 그립습니다.
11시 채 못 된 시각에 회룡사역을 출발해서 회룡사 내의 암자인 석굴암을 들러 김구 선생님 필적을 보고 사패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중입니다.
2. 회룡사역에 내리자마자 상석,상하 종친께서는 기념품을 주십니다. 안사연 마크가 새겨진 타올입니다. 그리고 산 탈 때 미끄러지지 말라고 면장갑과 함께 꼭 소주 한 잔이 들어가는 작은 물잔을 건네주십니다.
상석 상하(在항) 종친께서는 형제간이십니다. 안사연 모임에 형제분이 함께 나오시기는 처음입니다. 큰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에 새삼 감사드립니다.
3. 석굴암은 자연석 두 개가 서로 맞물려 하늘이 만든 불이문(不二門)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그 기기묘묘함이 흠칫 사람을 놀라게 합니다. 우리 홈페이지 게시판에 윤만 종친과 태서 종친 등 여러분께서 수차례 올려주신 글들을 읽고 꼭 한 번 와 보았으면 했던 곳입니다.
석굴암은 천연의 거대한 바위 3개에 기대어 토굴 비슷한 형태로 만든 암자입니다. 그 3개의 바위에 나라와 겨레를 위해 한평생을 바치신 김구 선생님의 필적이 큰 글자로 새겨져 있습니다. 지붕처럼 생긴 바위에는 ‘石窟庵’, 오른쪽 바위에는 ‘佛’, 왼쪽 바위에는 ‘白凡 金九’라 새겨져 있습니다. 선생님의 휘자 ‘白凡 金九’ 옆에는 ‘戊子中秋遙此’라 적혀 있습니다. 말뜻으로야 선생님께서 한때 이곳에서 거니셨다는 것이겠지만, 실은 선생님 목숨을 노리는 일경을 피해 숨어 계시던 참담한 시절을 말해 주는 역사 현장입니다.
불이문 앞 안내판에는 “언론인 남상도 외 7인이 선생의 친필을 받아 1949년 3월부터 약 3개월간 조각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외에 선생님과 관련 된 안내판 내용은 대부분 잘못된 기록입니다. 이 자료는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4. 석굴암은 커다란 화강암 2개를 넓적하게 다듬어 문을 해 달았습니다. 석굴암 내부는 사방 10여 보 정도 크기입니다. 마룻바닥이 잘 깔려 있고 내부에 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우리 일행은 잠시 마룻바닥에 앉아 선생님께서 간난신고를 겪으셨을 그때를 잠시 생각해 봅니다.
사방 벽은 아주 깨끗합니다. 사람 키를 겨우 넘는 천장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숯 검댕으로 그을린 시커먼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혹여 선생님께서 이곳에 은신하실 적에 불을 지피셨던 흔적은 아니었는지...... 잠시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아무도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
5. 석굴암 앞에는 비구니 스님들이 선방으로 사용하는 보월당이 있습니다. 석굴암 위에는 아담한 산신각이 날아갈 듯 사뿐히 어깨 위에 앉아 있고, 그 왼쪽에는 사패산 능선과 바위를 등진 극락전이 맞은편 수락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절집 마당에는 비구니 암자답게 코스모스, 백일홍, 맨드라미 같은 정겨운 꽃들이 벌써 가을로 접어든 모양입니다. 거름기 하나 없는 마사토에 뿌리를 내려서인지 하나같이 키가 작고 잎도 작고 꽃도 작습니다. 앙증맞다 못해 꼭 다문 아기 입술 같습니다.
“만지지 마세요. 체온 때문에 꽃이 죽습니다.” 나이 지긋한 비구니 스님 말씀은 귓가를 스쳐가고, 살짝살짝 돌계단을 스치는 발걸음 소리만 남았습니다.
그렇게 석굴암과 선생님 친필을 한참 동안 눈에 담고는 계곡을 따라 둘러친 철조망을 돌아 회룡사로 들어갑니다.
6. 회룡사는 신라 신문왕 1년(681년) 의상 대사께서 창건한 절입니다. 그 이후 6번에 걸쳐 도량을 크게 고쳐 지었는데, 여러분께서 잘 알고 계시는 예순(禮順) 비구니께서 5창, 즉 5번째로 이 절을 크게 고쳐 지었답니다.
예순 비구니는 낙서공(휘 자점) 할아버지를 도와 인조반정을 성공하게 만든 분입니다. 이분에 대한 자세한 글 역시 윤만 종친과 태서 종친께서 우리 홈에 올리신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7. 회룡사 도량으로 들어가는 사립문 밑에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맑은 물을 거슬러 산으로 올라갑니다. 산은 점점 가팔라지고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땀방울은 점점 굵어지는데 앞서 가는 분들과 점점 거리가 멀어집니다.
앞서 가던 분들께서 길목 길목 기다려 주신 덕에 주저앉지 않고 간신히 사패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멀리 한 줄기 한강이 은빛 선으로 남았습니다. 발 아래 송추 쪽 아스팔트 도로가 산뜻합니다.
지친 몸이라 벌러덩 바위 위에 눕습니다.
“이런 날은 일 년에 한 번 볼까말까 합니다.” 그 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킵니다. 그 말소리의 주인 행색이 전문 산악인 같습니다. 약간 흐린 듯해서 햇살이 따갑지 않은 날이면서도 멀리 한강 물줄기까지 훤히 보이니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8. 내려오는 길에 회룡사 매표소 입구 근처에 있는 민가에서 지친 다리를 잠시 쉬었습니다. 나이 든 안주인과 간간이 농을 주고받습니다. 옥수수로 담근 동동주, 젓가락에 착 휘감기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찰진 도토리묵, 시큼하면서도 뒷맛 댕기는 김치, 담백하고 개운한 감자전으로 허기진 배를 달랩니다.
9. 그 사이 산 정상에서 내려올 때 신천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주회 종친과 태서 종친의 연락이 왔습니다. 서둘러 자리를 파하고 신천 메기 매운탕집으로 향합니다.
팔팔 끓으며 콧속으로 들어오는 매운탕 냄새가 햐~~~꼴깍! 맛도 일품입니다.
저녁을 들며 내일(8월 17일) 일정을 상의합니다. 멀리 청주에서 힘든 발걸음을 하셨기에 주회 종친 의견을 따라 선조님과 관련된 서울 시내 유적을 찾아보기로 결정하고 태서 종친께서 차량 운행 수고를 맡기로 하였습니다.
어느새 먹물이 한지에 스미듯 밤이 깊어 갑니다. 내일 만날 약속을 하며 다들 아쉬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10. ①참석자:6명(상석, 상하, 윤만, 발용, 항용, 윤식) ②합류자:2명(주회, 태서)
내일 보고는 사정상 주회 종친께서 맡기로 하셨습니다. 이상 보고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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