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찰 읽기 : 복유(伏惟)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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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작성일13-03-08 12:26 조회3,925회 댓글0건본문
간찰 읽기 : 복유(伏惟) 01
■ 복유(伏惟) : 삼가 생각하건대, 삼가 ~이라고 생각하다, 삼가 ~으로 알다.
- 伏 : 편지에서 존경의 뜻을 나타내는 말. → ‘복승하서(伏承下書)’ 참조
- 惟 : 생각하다, 사려(思慮)하다
아래 사진은 정제두 선생의 간찰입니다.
이 자료에서 보듯이 ‘복유(伏惟)’는 간찰 앞부분과 결말 부분에서 나타납니다.
이번에 살펴볼 글자는 앞부분에 나오는 경우입니다.
◆ 출전 : e뮤지엄 / 정제두 간찰 http://www.emuseum.go.kr/relic.do?action=view_d&mcwebmno=36469
이때의 ‘복유(伏惟)’는 간찰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간식유편>에서는 ‘복유류(伏惟類)’로,
<한훤차록>에서는 ‘미심류(未審類)’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간찰 서두나 말미에 ‘복유(伏惟)’가 오는 자리에는
이 낱말 대신 같은 기능을 하는 다른 낱말이 올 수도 있는데,
‘복유(伏惟)’가 워낙 자주 쓰이는 낱말이라
공교롭게도 앞뒤 모두 똑같이 ‘복유(伏惟)’를 쓴 사례가 종종 눈에 띕니다.
(물론 간찰을 받는 상대방과의 존비 관계를 고려해서 그에 맞는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서찰 첫부분에 쓰이는 ‘복유(伏惟)’는
‘삼가 생각하건대’나, ‘삼가 ~이라고 생각하다’, ‘삼가 ~할 줄로 생각하다’의 뜻입니다.
(또는 뒤에 오는 구절이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말이므로
우리말로 풀이해 놓고 보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서
풀이하지 않고, 의문문으로 처리하는 게 나을 때도 있습니다.)
이에 비해 간찰 끝에 쓰이는 ‘伏惟’는 ‘삼가 ~을 바라다’의 뜻입니다.
이 사례는 기회가 되면 다음에 살펴보겠습니다.
<보기>
■ 答趙月川
春已强半。伏惟尊履靜迪。前仍君敬承惠書。問慰殷勤。迨自哀謝。誠一尙欠一死。復何言哉。
봄이 이미 반도 더 지났는데 존장께서는 잘 지내시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에 군경(君敬)을 통하여 보내 주신 서찰을 받았는데, 안부를 물으면서 위로해 주심이 은근하니, 슬픈 가운데서도 감사드립니다. 저 성일은 아직도 죽지 않고 있으니 다시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 출전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문집총간 / 학봉집(鶴峯集) / 鶴峯先生文集續集卷之四 / 書
■ 答李梧里[元翼]
頃蒙台慈遠賜手書。辭旨勤摯。推借過重。惶汗罔措。迨不自已。新陽回律。百昌俱生。伏惟台候動止萬相。好益杜門竆山。僅保殘軀。實恩念攸曁。仰感仰感。…… 願相公還朝之日。一陳於紸纊之下也。好益非有私於此人也。公義所激。不能自已。伏惟相公。庶幾鑑察。
지난번에 상공(相公)께서 멀리까지 보내 주신 수서(手書)를 받들었는데, 말뜻이 친절하고 정성스러우며 저를 인정해 주심이 과중하므로, 황공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기에 스스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새봄이 돌아와 온갖 좋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는데, 상공께서는 기후가 만복(萬福)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저 호익은 깊은 산속에서 두문불출하며 겨우 잔명(殘命)을 보전하고 있습니다. 실로 저를 돌보아 주신 데 대해서 우러러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 원컨대 상공께서는 조정에 돌아가는 날 임금께 한번 진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 호익이 김성일에게 사사로운 정이 있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 공의(公義)가 격동하는 바에 스스로 그만둘 수가 없어서 이러는 것입니다. 삼가 상공께서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 출전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문집총간 / 지산집(芝山集) / 芝山先生文集卷之二 / 書
■ 答李明甫[德馨○丙申]
南望懸情。謹承令書。慰仰。天寒歲暮。伏惟令候萬重。卽今留鎭何所。
남쪽을 바라보면 마음을 놓을 수 없더니 글을 받고 위안이 됩니다. 날씨는 춥고 이해도 저물었는데 영감께서는 안녕하십니까? 지금은 어느 진지에 머물러 계십니까?
◇ 출전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문집총간 / 서애집(西厓集) / 西厓先生文集卷之十一 /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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